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2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소송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정부가 세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11차 전기본)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이 불가능하다.”
초등학생, 종교인, 원전 지역 주민 등 시민 440명이 오는 15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석탄발전을 지속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리지 않는 국가 전력 계획이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14일 법률대리인단 김영희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에 대표청구인 김융(12·경북 안동 송현초) 학생을 홍콩주가지수
포함한 440명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종교인,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 원전 지역 주민 등 역대 국내 기후 관련 소송 중 최대 규모 청구인단이다. 발전소 건설, 전력망 구축 등 향후 15년 간 중장기 국가 전력 계획을 담은 전기본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10차 전기본에 대해 2023년 기후환경단체들이 바다이야기게임다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지만, 지난해 각하됐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서엔 화석연료인 석탄 및 가스 발전 비중을 2038년까지 20.6%(각각 10.3%)로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주요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29.2%로 잡은 11차 전기본으로는 기후위기 대응과 2050년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대표청구인 김융군은 금일추천주
한겨레에 “석탄·가스(발전)를 계속 사용하면 지구 온도가 올라가 지구에서 살기가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소송 참여 이유를 밝혔다.



기후소송 청구인들이 지난해 4월 헌법소원 첫 공개변론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넉 달 뒤 헌재는 “정부의 현 거래량
기후위기 대응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기후미디어허브 제공


기후·환경 전문가들은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 비중에서 80%를 차지하는 전력 생산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다면 ‘탄소중립’(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증권플러스
태)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발전원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석탄·가스 각각 28%)였으나, 재생에너지는 9%에 머물렀다. 기후·환경단체들은 11차 전기본이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에만 치중한 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석탄발전 폐지 같은 국제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폐기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11차 전기본이 2038년 목표로 잡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9.2%는 지난 2022년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도 지난 2월 11차 전기본이 확정되기 직전 보고서를 내어 11차 전기본으로 대표되는 국가 에너지 계획으로는 2035년까지 2020년 대비 50~80% 탄소를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세운 경로에 따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5년 31∼45%, 2050년 65∼85%로 늘고,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2035년 18∼42%, 2050년 0∼2%로 줄어야 하는데, 11차 전기본은 이런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김영희 변호사는 “환경부조차 11차 전기본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을 정도”라며 “탄핵 국면에서 졸속으로 통과된 제11차 전기본에 대한 재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11차 전기본에 따라 발전 계획이 추진될 경우 미래세대의 기후위기 피해가 가중되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