ۼ : 19-12-10 14:20
대놓고 ‘농심’만 끓여먹는 ‘라끼남’… 노골적인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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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라끼남' 유튜브 영상에는 농심의 안성탕면과 육개장 등이 그대로 노출된다. CJ ENM 제공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육봉’ 강호동 선생이다. 한 번에 라면 여섯 봉지를 끓여먹는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농심 안성탕면이다. tvN이 2015년 방송한 ‘신서유기5’에서 라면 제품을 맞히는 문제를 풀며 “평소 열 번 중 여섯 번은 안성탕면을 먹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tvN이 지난 6일 첫 방송한 ‘라끼남: 라면 끼리는(끓이는) 남자’는 라면 이름 따라 강호동에게 안성맞춤이다. 지리산 등 전국을 돌며 라면을, 그것도 대놓고 ‘농심’이라는 특정 회사 라면만 집중적으로 끓여먹는 10부작 프로그램이다.

방송 간접광고(PPL) 시장이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안 그런 척 노출하려다 보니 오히려 어색하고 거부감을 안기는 방식은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후원 업체 제품을 원천으로 삼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방송사가 만드는 게 프로그램인지, 광고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PPL 변화의 중심엔 나영석 PD 사단이 있다. 지난달 29일 종영한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아간세)’ 유튜브 영상에선 호빵회사 ‘삼립’을 노출시켰다. 은지원과 이수근이 삼립호빵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출연하기도 했다.

‘라끼남’은 한층 더 노골적이다. 첫 회부터 농심 라면 전 제품이 등장하고, 강호동은 직접 라면을 고른다. 심지어 유튜브 프로그램 로고 자체를 아예 강호동이 안성탕면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정했다. 출연자만 노골적인 게 아니다. 나 PD까지 유튜브 생방송에 나서서 “어릴 적부터 농심만 먹었다”며 “전폭적인 후원 속 ‘라끼남’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에선 은지원(왼쪽)과 이수근이 삼립호빵을 홍보한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 캡처

일단 반응은 뜨겁다. 두 편으로 나눠져 공개된 ‘라끼남’ 1부는 사흘 만에 각각 유튜브 조회수 110만을 돌파했다.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적었다. 광고성 프로그램인 걸 잘 알고 있지만, 유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는 이들까지 있었다. 아예 ‘안성탕면 CF 모델로 강호동을 기용하라’는 댓글도 달렸다. 업체도 좋은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나 PD 측에서 라면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먼저 (PPL을) 제안했다”며 “젊은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서 ‘라끼남’이 활용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케이블 방송사로선 새 활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유튜브 콘텐츠가 TV보다 더 큰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장성규가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JTBC 온라인 콘텐츠 ‘워크맨’은 PPL로 한 편에 1억원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기준으로 올해 두 번째로 크게 성장한 채널로 꼽히면서 계약 문의가 쇄도한다는 후문이다. 시청자들의 몰입감이 높아 유명 TV프로그램의 광고 비용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효율적이란 말도 나온다. 온라인 광고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낮게 책정해도 ‘라끼남’도 회당 1억원 이상 받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의 고민은 되레 깊어가고 있다. 케이블들처럼 유튜브를 적극 활용할 수 없어서다. TV 광고 수익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나, 프로그램 개선이라는 두루뭉술한 목표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일각에선 CJ ENM이 방송사의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법적으로 ‘라끼남’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문제는 없다”며 “케이블 채널과 달리 거센 비판이 예상돼 쉽사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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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성미산에서 도담도담]어린이집 ‘자유놀이’에서 배운 것들

‘놀아도 놀아도 놀고 싶어요’“쇼핑 가자!” 엥, 잘못 들었나. 순간 귀를 의심했다. 도담이는 마트에 가고 싶을 때마다 “(집게손가락을 연희동 방향으로 가리키며) 아빠, 뿡(자동차를 타고 가자)~” 두 단어로만 말했다. 연희동 ‘사러가슈퍼마켓’이나 동네 편의점에 갈 때마다 장난감이나 과자 하나는 꼭 사야 집에 돌아가는 도담이의 씀씀이를 두고 아내와 나는 ‘성산동의 패리스 힐턴(쇼핑광인 할리우드 유명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한 적은 있다. 그런데 ‘쇼핑’이란 말을 어떻게 알았을까. 게다가 ‘쇼핑 가자’라는 문장으로 말하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응가하면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하던 아이가 “똥 나왔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장모님이 아침에 우리 집으로 출근하면 도담이가 내게 달려와 “할미, 왔어”라고 알려준다. 그동안 말을 할 줄 몰라 “어, 어, 어” 하며 의사를 표시했던 아이가 아빠나 엄마가 자기 말을 정확히 알아듣자 얼마나 큰 희열을 느꼈을까.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어린이집 정기 방모임에 오랜만에 들렀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도담이를 포함한 아이들과 함께 3살 교육놀이를 진행·연구했고, 그 결과를 아마(아빠 엄마)들에게 공유했다. 자유놀이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마음 가는 대로 노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사나 어른들이 정해놓은 놀이를 아이들이 따르는 것과 정반대의 개념이다. 쉽게 설명하면 보통 숨바꼭질에서 술래는 한 명이지만, 자유놀이에선 누구나 술래가 될 수 있다. 선생님은 3살 자유놀이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불 아래 모두 숨기, 이불텐트 숨바꼭질, 돌 가지고 놀기, 돌 설거지, 흙과 물 놀이, 숨바꼭질 순서대로 놀았다. 매일같이 ‘도담이는 별(선생님 별명)에게 언제 목소리 들려줄 거야?’라고 주문을 외우듯 했던 말이 실현된 건, 어느 날 숨기놀이를 하던 도담이가 “숨었다!”라고 외쳤을 때다.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자유놀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 염려, 관점이 바뀌었다고 한다. 꼭 교사가 알려주는 놀이나 잘 구성된 놀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이들에게 놀이는 있구나’라는 깨달음이었다. 도담이가 “숨었다”라고 말한 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수많은 놀이 과정을 거쳐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선생님은 강조했다.

방모임을 하면서 선생님도 아마들도 지난 1년 동안 도담이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함께 키워주신 것 같아 무척 감사했다. 모두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올해 초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만 해도 걷지 못했던 도담이는 지금 성미산의 씩씩한 다람쥐가 되었다. 심장도 끄떡없다. 아이가 좀더 자유롭게 놀기 위해서는,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아이에게 눈을 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방모임에서 나온 자유놀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오늘 아침(12월4일) 출근하려는데 도담이가 앞을 막고 또 “아빠, 쇼핑 가자”라고 말했다. “퇴근하면 같이 가자”고 대답했더니 도담이는 엄지손가락 두 개를 가슴 앞으로 내밀며 “짱! 짱!”이라고 외쳤다. 도담아, 그만 사… 우리 하우스푸어야… 빚 갚아야 해. ㅠㅠ

글·사진 김성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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