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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토시마 지역에 히메시마(姬島)라는 섬이 있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고양이 섬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곳이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지난해 히메시마 고양이를 주로 소개하는 작가가 ‘터널 고양이’ 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95만명이 ‘좋아요’를 클릭해 엄청난 화제가 됐다. 이후 히메시마에는 터널 고양이를 만나러 오는 애묘인과 사진가가 부쩍 늘었다. 올해 초 내가 히메시마를 찾았을 때도 이미 작가 두 명이 번갈아 고양이 터널을 촬영하고 있는 관계로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고 활동 양이 터널’이라고 하니 혹자는 땅굴이나 산을 뚫어 만든 인간계의 터널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곳의 고양이 터널은 그것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마을 골목길이나 도로가에서 더러 볼 수 있는 빗물 수로를 연상하면 된다. 얼핏 보면 하수구 같지만 우천 시에만 물이 흐르는 수로가 고양이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터널 노릇을 하고 있다. 고양이들에게 이곳은 은신처이자 원어민강사 놀이터이며 친목을 도모하는 사교의 장이나 다름없다. 더러 터널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고양이를 보며 위험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영리한 고양이들은 우천 시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
덮개와 덮개 사이의 구멍을 통과할 수 없는 ‘뚱냥이’들은 애당초 터널을 이용할 연체된 생각이 없다. 실제로 이곳을 드나드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중고양이 체격의 ‘캣초딩(성묘가 되기 전의 어린 고양이)’이다. 터널을 이용할 수 없는 과체중 고양이나 성묘들은 터널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고양이들을 솜방망이로 툭툭 건드리거나 장난을 치며 그들만의 ‘두더지 게임’을 즐긴다. 가만 지켜보니 적게는 네댓 마리, 많을 때는 여남은 마리 고양이가 터널 주변 급식비환급 에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고등어’와 회색이, 흰둥이가 터널 놀이를 즐기는 단골 멤버였다. 녀석들은 좁은 구멍 사이로 쏙 들어갔다가 다른 구멍으로 쏙 고개를 내미는 ‘터널 놀이’를 무한 반복했다.
고양이들이 배수로 구멍을 터널 삼아 두더지 게임을 하 증권사 적금 듯 장난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용한 제공
터널 위에서 장난을 걸어주는 고양이가 있을 때면 녀석들은 더 신이 나서 구멍을 오르내렸다. 터널 아래 고양이가 위로 올라올 때의 모습은 그야말로 귀여움의 끝판왕이다. 구멍 위로 고개를 쑥 내밀고 좌우를 살피는 모습은 미어캣을 닮아서 웃음이 절로 난다. 이날 만난 고양이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녀석은 일명 ‘솜 터진 고양이’였는데, 고등어인 녀석의 등짝 중간에 마치 솜이 터진 것처럼 흰색 털이 나 있었다. 고양이 터널 최우수 고객이기도 한 녀석은 심지어 터널을 올라와서는 아래 고양이가 심심하지 않게 꼬리를 낚시 삼아 ‘냥태공’ 노릇까지 하는 거였다. 알고 보니 이 녀석은 이미 SNS 영상에서도 널리 퍼진 유명한 고양이였다.
처음으로 내가 히메시마를 찾은 것은 12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히메시마에는 섬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이 두 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캣맘 네댓 명에다 매일같이 섬으로 들어와 고양이 밥을 주고 터널 고양이를 촬영하는 작가들까지 생겨 고양이들의 생계가 훨씬 좋아진 편이다. 섬에는 100마리 넘는 고양이가 살고 있는데, 상당수는 방파제와 바닷가 주변에 살고 있어서 바다와 어울린 고양이 사진을 찍기에?히메시마는?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히메시마섬의 고양이는 대부분 방파제와 바닷가 주변에 산다. ⓒ이용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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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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