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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있는 명문 칭화대의 경영대 건물 6층에선 지난 3월부터 학생들을 위한 ‘AI(인공지능) 창업 훈련 캠프’가 열리고 있다. 3개월짜리 교내 창업 프로그램엔 중국 1위 AI 안보 기업인 ‘360그룹’ 창업자 저우훙웨이, 중국 최고의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인 ‘디과로봇’ CEO(최고경영자) 왕충 등이 기꺼이 멘토를 자원해 국민은행마이너스통장이율 참여 중이다. 칭화대 전자공학과 학장인 왕위 교수와 베이징항공대 로봇연구소의 왕톈먀오 명예소장까지 합세해 17명의 ‘창업 드림팀’을 꾸렸다. 2023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칭화대 대표 창업 공간인 ‘X랩(X-Lab)’과 칭화대 전자공학과·컴퓨터공학과가 주최한다. 중국 최대 테크 기업 화웨이가 후원사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정부가 부천 개인돈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세계 주도권 확보에 매진하는 가운데 칭화대는 기술 산업의 ‘천재 CEO 양성소’로 거듭났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AI 교육의 틀을 잡으며 연구자들을 대거 배출하는 동시에 산업 최전선에서 직접 뛰는 신생 기업들을 대학에서부터 양산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행정부)이 주도해 유한회사 작성한 ‘중국제조 2025’엔 “인재가 제조업 강국 건설의 관건”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달 말 찾아간 칭화대 캠퍼스는 그 ‘인재’들이 양성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칭화대에선 지금까지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33곳이 탄생했다. 이 중엔 자율주행·안면인식 등 AI 관련 기술 기업이 많다.
◇칭화대 ‘X랩’서 야근수당 시간 만들어진 기업 1000개… 그 CEO들이 중국을 키웠다
지난달 말 찾아간 X랩에선 창업 지망생으로 보이는 청년 30여 명이 드론(무인기) 부품과 로봇 팔이 여기저기 놓인 공간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연구와 회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12년 동안 9만6000명이 이미 이곳을 거쳐갔고, 스타트업 1000개가 탄생했다. 칭화대에서 만난 학생 A씨 현대스위스 스피드론 는 “(정부가 천명하는) ‘사람부터 바꾸는 첨단 기술 전략’이 실현되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이곳”이라고 했다. 2015년 ‘중국제조 2025′의 교육 부문 지침으로 일컬어지는 ’14·5규획(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기간 제조업 인재 발전 계획’은 “2025년까지 고급기술인력 1000만명을 양성하고 핵심 분야에서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이런 정부의 비전이 칭화대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자부심이 이 실험실에선 엿보였다.
그래픽=송윤혜
칭화대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배출 ‘기지’는 2013년 설립된 X랩과 1999년 개장한 칭화과기원이다. 칭화대 경영학과가 16개 학과와 손잡고 설립한 X랩은 3000㎡짜리 공간에 실험실·회의실·강연장 등이 모여 있다. 학생들이 기술 개발 아이디어를 내면 학교 안팎의 교수와 기업인 등이 멘토로 달라붙어 초기 투자 및 제품화를 지원한다.
칭화대는 중국 정부가 2018년 국가의 핵심 미래 기술로 지정한 AI 교육의 바탕을 일찌감치 다진 학교로 평가된다. 2004년 유일한 중국계 튜링상(미국컴퓨터학회가 수여하는 컴퓨터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상) 수상자인 야오치즈 교수가 칭화대에 합류해 ‘야오반’이라는 ‘AI 천재’ 육성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교수로 일하다 2004년 중국으로 귀국한 야오치즈는 지난해 칭화대 AI 학과의 초대 학장에 취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식 혁신 인재 육성 모델을 계속 탐구해달라”는 부탁을 담은 서한을 그에게 보내 격려했다고 한다. 칭화대는 지난해엔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AI 인덱스 리포트’에서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AI 기반 모델을 많이 생산하는 연구 기관으로 평가됐다.
시진핑 국가주석 및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을 비롯해 300명이 넘는 고위 관료를 배출한 칭화대 출신 창업자들은 자본 유치와 정책 지원에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홍색(紅色·공산당) 기술 관료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칭화대 출신이 기술 개발과 스타트업 육성에서 정부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상하이시 당서기이자 중국의 차기 지도자 후보로 거론되는 천지닝(陳吉寧)도 칭화대 총장 출신이다.
베이징의 한 투자자는 “중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려면 ‘칭화대 교수 한 명의 지지만 받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가 ‘괜찮은 기업’이라고 말만 해줘도 정부 지원은 따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만 시사 잡지 톈샤는 “칭화대 졸업생이 창업한 대부분의 AI 스타트업은 정부 자금을 지원받아 빠르게 성장했다. 2024년 초 ‘키미’라는 고성능 AI를 발표한 ‘문샷 AI’의 설립자 양지린 등 칭화대 출신 Z세대 졸업생들이 중국의 첨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가 목표로 한 첨단 분야의 세계 주도권 확보를 위해선 대학의 고급 인재 육성이 필수라고 보고 잇달아 관련 지침을 발표해 왔다. 예를 들어 2017년 중국 교육부와 공업정보화부 등은 제조 강국 건설을 위한 ‘제조업 인재 발전 계획 지침’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AI·로봇·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산업 분야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대학에 도입하라’는 지침이 담겼다. 2023년 중국 교육부 등 17개 부처는 ‘로봇 플러스 응용 확산 시행 방침’을 내고 대학에서 로봇 관련 교육 정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8월엔 중국 교육부가 ‘AI 101계획’을 출범시키고 칭화대를 비롯해 푸단대·상하이교통대 등 주요 대학 15곳을 지정해 AI 특화 교육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특화 교육 과정엔 AI 기초 연구, 첨단 기술 응용, 실습 과정이 포함된다.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정부의 ‘수요’에 대처하고 있다. 칭화대는 2025학년도 학부 정원을 약 150명 증원했는데, 이는 AI 부문의 인재를 더 늘리기 위해서였다. 칭화대는 특히 AI와 다른 학문 분야를 융합한 이른바 ‘AI+’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을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학생들의 열의도 뜨겁다. 지난 2월 칭화대는 신학기 개강과 함께 AI 분야의 떠오르는 기술 영역인 대형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에 대한 강의를 신설했는데, 수강 신청을 못 한 청강생들이 모여들어 강의실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근 상하이 푸단대에서 만난 한 수학과 학생은 “AI 커리큘럼 체계가 전면 가동되면서 AI와 관련해 개설된 수업이 100개가 넘게 됐다”고 했다. 인근 상하이교통대는 AI와 의료를 접목한 커리큘럼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저장대·하얼빈공대 등 중국 30여 곳의 대학에는 ‘산학융합형 공학인재 양성기지’가 개설돼 첨단 기술 응용을 위한 인력을 대거 양성 중이다.
☞칭화대 X랩
칭화대 경영학과가 16개 학과와 손잡고 2013년 4월 교내에 설립한 창업 공간. 엑스(X)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3000㎡에 달하는 공간에 실험실·회의실·강연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 개발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화와 초기 투자까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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